『자연의 개념』 |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지음 | 안호성 옮김 | 2025.02.28
자연의 개념
1919년 11월 트리니티 칼리지 타너 강의
The Concept of Nature :
Tarner Lectures Delivered in Trinity College November 1919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지음
안호성 옮김
우리는 우리 탐구의 목표가 단순성이기 때문에 사실 또한 단순하다고 생각하는 오류에 빠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든 자연철학자를 인도해야 하는 삶의 지침은 이렇습니다. 언제나 단순성을 추구하고 그것을 불신하라!
간략한 소개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가 1919년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진행한 타너 강의록. 화이트헤드의 타너 강의의 주제는 ‘과학철학, 그리고 다양한 지식 분야 사이의 관계 또는 관계의 결핍’이다. 1920년 처음 출간되었을 때 『자연의 개념』은 향후 수년간 철학과 과학의 관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연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세대가 지난 지금 『자연의 개념』은 여전히 주의 깊게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화이트헤드는 실체, 공간, 시간이라는 근본적 문제들을 탐구하면서 아인슈타인의 결과 해석 방법을 비판하고, 자신의 4차원 시공간 다양체 이론을 전개한다. 『자연의 개념』을 통해 소개되는 새로운 자연관은 과학적 연구를 인도하는 많은 어휘와 개념에 새로운 빛을 비춘다.
이 책은 스티븐 샤비로의 표현대로 “화이트헤드 철학의 기본 목적이 그가 ‘자연의 이분화’라고 부르는 것의 절대적인 분열을 극복하는 데 있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서양 철학자들은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세계(나무의 푸르름, 햇볕의 따스함 등)와 그 안에 숨겨진 물리적 실재를 구분하는 것에 익숙한데 화이트헤드는 이 분열을 완전히 없애 버리려고 한다. 화이트헤드는 자연의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바로 자연철학이라고 말한다.
화이트헤드에 따르면 언제든 어디서든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면, 거기에 사건이 있다. 사건에 대한 이런 주장은 과학에서 근거를 찾기 힘든 ‘자연의 이분화’ 학설들과 달리, 시공간 전반에 걸쳐 전자기장의 놀이를 전제하는 근대 물리학에 의해 지지된다고 화이트헤드는 말한다. 화이트헤드는 사건에 대한 이러한 개념을 토대로 해서 ‘자연의 이분화’로 빠지지 않는, 자연에 대한 일관된 설명을 추구해 나간다.
지은이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 Alfred North Whitehead, 1861~1947
영국의 철학자, 수학자, 논리학자. 영국 남부의 켄트주 램스게이트에서 태어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동 대학의 특별연구원과 수석 강사, 런던대학의 임페리얼 칼리지 응용수학 교수, 미국 하버드대학 철학 교수를 역임했다. 수제자 버트런드 러셀과 공저 『수학 원리』를 썼다. 수리논리학 분야에서 획기적인 업적을 남긴 수학자, 논리학자로 높이 평가된다. 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원리 등 현대 자연과학을 철학에 도입하여 철학 사상사에 새로운 국면을 전개한 과학철학자이자 “유기체 철학”의 철학자이다. 『자연의 개념』은 화이트헤드가 런던 대학 재직 시절 집필한 과학철학 삼부작 중 하나로 삼부작의 다른 두 권은 『자연 인식의 여러 원리에 관한 연구』, 『상대성 원리』이다. 화이트헤드는 64세에 자신의 형이상학 삼부작의 첫 번째 저서 『과학과 근대세계』를 출간했고, 68세에 대표작 『과정과 실재 : 유기체적 세계관의 구상』을, 그로부터 4년 후에 『관념의 모험』을 출간했다. 그 밖의 저서로 『상징활동 : 그 의미와 효과』, 『교육의 목적』, 『사고의 양태』 등이 있다.
추천사
화이트헤드는 앵글로-아메리카의 최후의 위대한 철학자다. ― 질 들뢰즈
오늘날 화이트헤드와 함께 사유한다는 것은, 우리가 참조점으로 삼는 어떤 단어도 온전한 상태로 남지 않고 동시에 어떤 단어도 환상의 매개체로 무효화되거나 배척되지 않을 모험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 이자벨 스탕게스
이름이 ‘W’로 시작하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는 비트겐슈타인이 아니라 화이트헤드다. ― 브뤼노 라투르
나는 하이데거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는 나의 오랜 주장을 최근까지 재고해 왔으며, 이제는 대신 화이트헤드가 그 자리에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그레이엄 하먼
옮긴이
안호성 Ahn Ho Sung 1995~
와세다대학교에서 서양 철학을 전공하고 클레어몬트신학대학원을 중퇴하였다. 사변적 실재론에 관심이 많으며, 옮긴 책으로는 『사물들의 우주』와 『탈인지 : SF로 철학하기 그리고 아무도 아니지 않은 자로 있기』, 『저주체 : 인간되기에 관하여』, 『어두운 생태학 : 미래 공존의 논리를 위하여』, 『자연의 개념』이 있다.
책 속에서
흙, 물, 공기, 불, 물질, 마지막으로 에테르는 모두 자연의 궁극적 기체로 상정되었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계열을 형성합니다. 그것들은 궁극적 존재자들을 추구하는 것에서 우러나오는 그리스 철학의 시들지 않는 활력을 증언하며, 이 궁극적 존재자들은 감각-알아차림을 통해 드러난 사실의 여러 요인입니다. 이 추구야말로 과학의 기원입니다. ― 1장 자연과 사고, 37쪽
형이상학에 호소하는 것은 화약고에 성냥을 던지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은 무대 전체를 폭발시킵니다. 이것이 정확히 과학철학자들이 궁지에 몰리고 비정합성을 범했을 때 하는 일입니다. 그들은 일단 정신을 끌어들이고 경우에 따라 정신 속의 존재자나 정신 밖의 존재자를 말합니다. 자연철학에서 지각된 모든 것은 자연 속에 있습니다. 우리는 고르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있어, 석양의 붉은 빛은 과학자들이 그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분자와 전자파만큼이나 자연의 일부여야 합니다. 이러한 자연의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 바로 자연철학인 것입니다. ― 2장 자연의 이분화 이론들, 50쪽
자연은 하나의 과정입니다. 감각-알아차림 속에 직접적으로 드러난 모든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의 이러한 특징에 관한 설명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사변적으로 지시할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고, 그러면서 자연의 이 요인이 다른 요인과 가지는 관계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 3장 시간, 84쪽
자연의 과정은 자연의 추이(passage)라고도 명명될 수 있습니다. 이 단계에서 저는 ‘시간’이라는 단어의 사용을 분명하게 자제할 것입니다. 과학과 문명화된 생활에서 측정가능한 시간이라는 것은 통상적으로, 자연의 추이라는 더 근본적인 사실의 일부 양상만을 보여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 3장 시간, 85쪽
우리는 언어와 공식 교육과 그에 따른 편리함으로 인해 우리의 사고를 이러한 유물론적 분석으로 표현하는 데 너무 훈련되어 있어서, 감각-알아차림 속에 진정으로 나타난 요인의 참된 통합성[단위성]을 지적으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자체 안에 자연의 추이를 담지한 이 단위 요인이야말로 자연 속에서 변별되는 일차적인 구체적 요소입니다. 이러한 일차적 요인이야말로 제가 사건이라는 용어를 통해 의미하는 것입니다. ― 4장 연장 추상화의 방법, 115쪽
언제든 어디서든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면, 거기에 사건이 있습니다. 게다가 ‘언제든 어디서든’이라는 구절 그 자체가 사건을 전제하는데, 시간과 공간 자체가 사건으로부터의 추상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소위 빈 공간이라고 하는 것을 포함해서 모든 곳에서 언제나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 학설에 뒤따르는 귀결입니다. 이러한 결론은 시공간 전반에 걸쳐 전자기장의 놀이를 전제하는 근대 물리학과 일치합니다. ― 4장 연장 추상화의 방법, 119쪽
저는 시간-체계와 연합된 무시간적 공간에 관해 이야기해 왔습니다. 이것은 물리학의 공간이자 영원하고 불변하는 것으로서의 공간의 개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적으로 지각하는 것은, 우리의 알아차림과 연합된 시간-체계의 어떤 찰나 내부에 놓인 사건-입자들에 의해 나타나는, 순간적 공간에 대한 근사치입니다. ― 5장 공간과 운동, 169쪽
고립된 사건은 사건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건은 더 거대한 전체 속의 한 요인이고, 그 전체에 대해서 유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공간을 떠나 시간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을 떠나 공간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자연의 사건들의 추이를 떠나 공간과 시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가 어떤 존재자를 사고 속에서 벌거벗은 ‘그것’으로 생각할 때, 자연 속에서는 사고 속 존재자의 고립에 상응하는 고립된 상태를 찾을 수 없습니다. 그러한 고립은 단지 지적 인식이 가지는 절차의 일부일 뿐입니다. ― 6장 합동, 205쪽
객체는 어떤 사건의 특징을 구성하는 성분입니다. 사실, 사건의 특징이 바로 사건을 구성하는 객체이며, 그 객체가 사건에 진입하는 방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객체 이론은 사건 비교 이론입니다. ― 7장 객체, 207쪽
목차
서문 5
1장 자연과 사고 11
2장 자연의 이분화 이론들 45
3장 시간 77
4장 연장 추상화의 방법 113
5장 공간과 운동 147
6장 합동 175
7장 객체 207
8장 요약 237
9장 궁극적인 물리 개념들 265
주 : 점에 대한 그리스적 개념에 관해서 282
주 : 의미작용과 무한 사건에 관해서 284
286 옮긴이 후기
297 화이트헤드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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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